자발적 퇴사 실업급여, 청년을 위한 정책이 청년의 취업/이직을 어렵게 하는 이유

최근 "35세 미만 청년이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생애 한 번은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추진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정책이 채용 시장에 미칠 영향은 훨씬 복잡합니다. 저는 커리어 컨설팅을 하며 채용 담당자와 구직자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입장에서, 이 개정안을 기업의 채용 의사결정 구조와 노동 시장 전체의 형평성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어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개정안의 핵심 내용
이번에 논의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35세 미만 청년
- 내용: 자발적 퇴사의 경우에도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 인정
- 횟수 제한: 생애 1회
기존 고용보험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퇴사(권고사직, 계약만료, 정리해고 등)만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첫 직장에서의 미스매치를 겪는 청년들에게 생계 부담 없이 다음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입 배경 — 정보 비대칭과 청년 고용 한파
이 제도의 도입 배경으로는 어려운 청년 고용 상황 속에서 경력재설계를 지원할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첫 직장이 적성이나 기대와 맞지 않아 이직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자발적 퇴사라는 이유만으로 구직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재취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이번 개정 추진의 판단 근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나와 맞지 않는 직장'이라는 것은 사실 퇴사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나에게 딱 맞는 직장을 찾는 일은 원래부터 쉽지 않은 일이고, 어느 정도의 미스매치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방법도,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구직 활동을 하는 방식보다는 재직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음 자리를 준비하는 방식이 훨씬 안정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 공백 없이 이직을 준비할 수 있고, 경력에도 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퇴사를 먼저 하고 지원을 받는 구조보다는, 재직 중에도 이직 준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함께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2. 기업은 왜 '자발적 퇴사 가능성'을 채용 리스크로 인식하는가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매몰비용이 들어가는 의사결정입니다. 공고, 서류·면접 전형, 온보딩 교육, 실무 적응까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신입 인력은 조직에 순수 비용으로 작용하다가, 어느 시점을 지나야 비로소 제 몫을 하는 인력으로 전환됩니다.
① 신입 채용·교육에 드는 초기 투자 → ② 조기 이탈 시 투자 회수 실패 → ③ 대체 인력 재채용·재교육 비용 이중 발생 → ④ 기존 조직원의 업무 공백 부담 증가
자발적 퇴사에도 구직급여라는 '안전판'이 생기면, 청년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직·퇴사 결정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집니다. 이는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언제든 자발적으로 떠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인력"을 채용하는 셈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신입보다, 이미 조직 적응력이 확인된 경력직이나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채용 전략을 조정할 유인이 커집니다.
3.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이 정책의 영향은 기업 규모에 따라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기업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자발적 퇴사율이 낮고, 사회적 시선이나 정책 기조를 의식해 채용 규모를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습니다. 정책 변화의 충격을 흡수할 체력도 상대적으로 큽니다.
중견·중소기업
문제는 국내 일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입니다. 인력 한 명의 공백이 조직 운영에 미치는 타격이 크고, 재채용·재교육에 투입할 여력도 제한적입니다. 이탈 리스크가 커진 채용 환경에서는 신입보다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 '퇴사 지원'보다 '근로 의지 지원'이 우선
저는 국가의 고용 재정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은 '퇴사를 결정한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봅니다.
- 성실 재직자에 대한 근속 인센티브 및 보상 체계 확대
- 어려운 여건에서도 근로 의욕을 유지하는 청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직무 교육, 자격 취득 지원 등)
- 퇴사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첫 직장 안착과 온보딩을 돕는 기업 지원 정책 확대
퇴사 자체를 지원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개인에게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채용 문을 좁히고 노동 시장 전체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요약
- 35세 미만 청년이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생애 1회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 자발적 퇴사의 문턱이 낮아지면 기업이 체감하는 신입 채용의 이탈 리스크가 커져, 경력직·중고신입 선호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 인력 공백에 대한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중소기업에서 채용 위축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퇴사 지원보다 재직자의 근속과 근로 의지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구분 | 정책 의도 | 예상되는 현장 반응 |
|---|---|---|
| 청년 개인 | 생계 불안 없는 이직 준비 | 신입·사회초년생 채용 문턱 상승 |
| 기업(특히 중견·중소) | 노동 시장 유연성 확보 | 경력직·중고신입 선호 고착화 |
이 글은 커리어 컨설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견해이며, 특정 정책의 시행 여부나 최종 내용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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